마지막 책장

2026, 겨울의 흔적

磨唎 marie 2026. 2. 17. 21:35

그간 남겼던 기록들을 읽어보며 올해의 첫겨울을 정리해 봤다.

올해의 첫겨울은 잔잔하며, 때로는 격렬하게.

혹은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작년의 끝자락에서 몸이 아파 원인을 찾고자 검사에 꽤나 큰돈을 쓰기도 했으며,

한파의 날카로운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처럼 꿈을 꾸기도 했다.

비록 따스함에 녹아내려 버리긴 했지만.

 

올해의 첫 달을 마무리하며 다이어리에 이러한 글을 적었더랬다.

겨울의 끝자락을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좋아하는 계절을 이렇게 보낸다는 것 자체가 좀 그렇다.
아쉽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좀 더 나은 시간들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후회라는 감정보다는 내가 왜 이리 살고 있는지.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에 대한 내 자신의 원망이랄까.
앞길이 보이지 않고,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하고 싶은 건 있지만, 막상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이 상황.
저 멀리 화살을 쏘고 싶지만, 나에겐 활이 없다.
생각해 보면 과연 표적이 존재한가? 싶긴 하다.

전에 샀던 털실 뭉탱이를 봤다. 오랜만에 뜨개질을 하고 싶었다.
뭘 만들까 하다 가방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어 코바늘을 들었다.
만들어진 매듭 사이로 또다시 새로운 실들을 계속 엮는 반복 작업에 이런저런 생각들 속에
' 남은 이 겨울의 끝자락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라는 생각의 결론이 났다.

또다시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만 쌀쌀해질 녘에
실 뭉탱이의 힘 입어 이 계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이유는 그래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2026.01.29. AM 04:42

 

지난가을쯤부터 나는 나의 것을 꾸려가기로 결심했다.

쉬어가게 된 지금 이 시기에 가득히 채워가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극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 방법을 찾아가려 했었다.

그 과정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기도 했다.

지난 일요일, 따뜻한 커피를 챙겨 아침 버스를 탔다.
창 밖을 바라보며 한 모금 마신 커피는 따뜻함을 나를 채워주었다.

 

아직 확고히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것을 찾지는 못했다.

피어오른 연기처럼 불현듯 해보고 싶다 하는 것들은 있었지만,

한 순간에 사라지는 연기처럼 뭉게뭉게 사라져 버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활'인 거 같다.

그 활은 눈앞에 표적이 보이지 않아도 끝내 표적을 향해 겨냥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활 없이 표적을 향해 화살을 던지는 일은 팔과 어깨만 아프며, 계속해서 지속할 수 없다.

그걸 몸소 나는 경험했었다. 지난 2-3년간 열심히 화살을 손으로 던졌었다.

 

그래도 지금은 활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찾은 것 같다.

나무가 상해 다시 또 찾아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힘을 잘 받아줄지 못 받아줄지는 일단 만들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말'이 주는 힘을 생각했다.

말하는 대로 삶의 고리는 풀어가진다.

말은 생각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걸 말로 풀어내는지.

생각을 말로 옮기게 되면, 들음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말로 행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을 가득 채워진 생각들은 무의식적으로 말이나 행동으로 변환이 되기 때문에.

나에게 닿는 것들, 들어오는 것들을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떤 걸로 내 책장을 채워야 할까라는 고민을 해보려 한다.

 

시린 추위에도 그래도 나는 꿈을,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몇 번이 녹아내려도 계속 눈꽃을 피워내리라.